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향수』. 고전들을 젊고 새로운 얼굴로 재구성한 전집「열린책들 세계문학」시리즈. 문학 거장들의 대표작은 물론 추리, 환상, SF 등 장르 문학의 기념비적 작품들, 그리고 우리나라의 고전 문학까지 다양하게 소개한다. 소설에 국한하지 않고 시, 기행, 기록문학, 인문학 저작 등을 망라하였다. 원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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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500년경에 저작활동을 한 시리아의 수도사 디오니시우스는 악이란 '공허와 결핍'이라고 정의한다. 자신의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다른 것들에게서 빼앗는다. 하지만 자신의 본질이 '무'이기 때문에 그 허기는 멈춰지지 않고 결국 자기자신마저 무로 환원시키는 파멸에 이른다. 향수는 보통 사람들이 결코 가질 수 없는 뛰어난 능력은 지녔지만 누구나 가진 평범함을 가질 수 없었던 악인의 이야기다. 그는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많은 사람을 이용했다. 마치 기생충처럼 본능적으로 숙주가 죽기전에 다른 숙주를 찾았다. 그러나 숙주 역할을 한 사람들 역시 그루누이를 이용하기만 했을뿐이었고 그 대가로 그들은 모두 자신이 원했던 행복한 미래 대신에 불운한 죽음을 맞이한다. 그루누이는 25명의 순결한 소녀의 목숨과 향기를 빼앗아 강력한 향수를 만들었지만. 그것으로도 자신의 결핍을 채울 수가 없었다. 그는 결코 자신의 본질을 인정받을 수 없었다. 아무도 그의 내면을 사랑해주지 못했다. 그의 진짜 모습과 재능을 사랑해주지않았다. 그의 향수만을 사랑했을 뿐이다.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지 않고 항상 가식으로 사람을 대했다. 진실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사랑하지 못했고 사랑 받지도 못했다. 그리고 만족할 줄도 몰랐다. 결국 그는 자신의 재능에 절망한다. 그리고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채 죽는다. 그를 이용하고 죽어간 사람들처럼. 매우 뛰어난 작품이다. 무의식적인 감각인 후각을 통해 세상의 진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글로 읽는데도. 거기엔 자연과 미에게 대한 순수한 모습도 있고 가식으로 가득한 인간의 추한 모습도 느껴졌다. 냄새를 묘사했을 뿐인데 말이다. 한 사람의 내면의 변화도 세밀하게 추적해냈다. 문장의 풍부한 표현과 전개는 악인 그루누이에 대한 연민까지 느끼게 한다. 어렵지도 않고 즐겁게 읽은 작품이었다. 길고 복잡한 문장이 끊임없이 이어지는데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준 작가와 번역가가 무척이나 고맙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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